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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유리 시리즈 1편: 열역학적 원리와 탄생 비화

by 하이브랜드 2025. 9. 2.

 

오늘날의 건축 시장에서 창호는 더 이상 단순한 개폐 장치가 아닙니다. 에너지 효율과 단열 성능이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창호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로이유리(Low-E Glass)의 모든 것: 과학적 원리부터 역사까지

그 중심에는 바로 로이유리(Low-E Glass)가 있습니다. 이 혁신적인 유리는 기존의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열 손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며,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로이유리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그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탄생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로이유리의 정교한 원리와 역사적 배경을 자세히 파헤쳐, 이 기술이 왜 현대 건축의 필수 요소가 되었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로이유리(Low-E Glass)의 정의와 탄생 비화

로이유리는 'Low-Emissivity Glass'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낮은 방사율'을 가진 유리입니다. 여기서 '방사율(Emissivity)'은 물체가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적 지표입니다. 방사율이 높을수록 열을 쉽게 방출하고, 낮을수록 열을 잘 방출하지 않거나 반사한다는 의미입니다. 로이유리의 핵심은 바로 유리 표면에 아주 얇은 금속 또는 금속 산화물 막을 코팅하여 열 방사율을 현저히 낮춘 데 있습니다.

 

이러한 로이유리 기술은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두 차례의 오일 쇼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건축 분야에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의 건축물들은 단열 성능이 낮아 겨울철 난방 에너지가 창문을 통해 대부분 손실되는 문제가 있었고, 이는 곧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열의 이동 방식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창문을 통한 열 손실의 70% 이상이 복사열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복사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초기에는 열 반사율이 높은 금(Gold) 코팅을 시도했으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웠습니다. 이후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내는 은(Silver)과 같은 소재를 활용한 코팅 기술이 개발되면서 로이유리는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로이유리는 에너지 위기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건축물의 열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해결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로이유리의 원리와 열역학적 이해

로이유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의 이동 방식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열은 전도(Conduction), 대류(Convection), 복사(Radiation)의 세 가지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 전도: 물체가 서로 접촉하여 열이 전달되는 현상입니다. 복층유리에서 유리 자체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 대류: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의 순환으로 열이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복층유리 사이의 공기층에서 열이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 복사: 매개체 없이 전자기파, 즉 적외선의 형태로 열이 전달되는 현상입니다. 태양열이 실내로 들어오거나, 실내 난방열이 창문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주된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복층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의 공기층으로 전도와 대류를 일부 차단하지만, 복사열은 거의 제어하지 못합니다. 로이유리의 핵심은 바로 이 복사열을 효과적으로 반사하는 데 있습니다. 로이유리 표면에 코팅된 금속 막은 가시광선은 투과시켜 실내를 밝게 유지하지만, 열에너지의 주체인 적외선은 효과적으로 반사합니다.

로이유리는 코팅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1. 하드 코팅(Hard Coat): 주로 주석 산화물(SnO2)을 고온의 제조 공정에서 유리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입니다. 내구성이 강해 흠집에 강하고 단층 유리로도 사용 가능하지만, 단열 성능은 소프트 코팅에 비해 떨어집니다.
  2. 소프트 코팅(Soft Coat): 주로 은(Silver)을 진공 상태에서 유리에 증착시키는 '스퍼터링(Sputtering)' 공법으로 코팅합니다. 단열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코팅층이 약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복층유리 내부의 공기층에 코팅해야 합니다.

현대 고성능 창호에는 대부분 소프트 코팅 방식의 로이유리가 사용됩니다. 여기에 복층유리 내부에 **아르곤(Ar)**과 같은 불활성 기체를 충전하여 대류 현상을 더욱 줄여 단열 성능을 극대화합니다. 로이유리는 복사열을 반사하고, 아르곤 가스는 대류를 막아 궁극적인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복합적인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로이유리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원리를 알게 되셨다면, 이제 실제 여름과 겨울에 어떻게 그 효과가 나타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다음 글에서 로이유리가 가져오는 구체적인 에너지 절약 효과와 실질적인 소비자 선택 가이드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